프랑스 요리 감자 그라탱을 만들어보았다.
나에게 그라탕이란 뭔가 느끼한 음식이라는 인상이 있다.
치즈를 그닥 좋아하지 않고 느끼한 것은 원래 잘 못먹는데, 밥에다가 기름진 크림소스를 섞어 치즈를 얹어 구워낸 그라탕.
느끼하고 속에 부담스러운 게 내가 싫어하는 음식의 조합 그 자체다.
살면서 처음 먹어본 그라탕이 너무 느끼했던 것도 이런 인상에 한 몫하고 있다.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왜 만들었냐 하면, 부엌 한 구석에서 상해가고 있는 식재료를 처치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전 날에는 냉장고 야채칸 한 구석을 차지하고 시들시들해져 가던 양배추와 무, 감자 등을 이용해 포토푀를 만들었다.
포토푀는 감자를 주로 쓰는 요리가 아니라서 감자가 너무 많이 남았기 때문에 감자를 어떻게든 요리해 먹기 위해 고른 요리가 그라탕.
물론 감자요리라고 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감자채볶음이지만, 뭔가 질릴 때도 있는 법이다.
집에 생크림도 있고 치즈도 있고, 오래된 감자도 있으니 그라탕을 만들어보았다.
레시피는 예전부터 즐겨보던 홈퀴진 님의 레시피를 참고하였다.
재료
감자 10개(550g)
생크림: 덴마크 우유 생크림(140g)
치즈: 마일드 체다(35g)
버터 한 숟갈
소금, 후추
*생크림은 감자 무게의 1/4, 치즈는 생크림 무게의 1/4을 사용하였다.
*오븐용 그릇, 오븐이 필요하다.
재료는 매우 간단한데, 사실 생크림을 누구나 집에 구비해두지는 않을 것 같다.
마침 베이킹을 위해 구입해 둔 것이 있어서 요리에 사용했다.
조리 과정은 비교적 단순한데, 아무래도 재료의 상태가 상태다보니 손질에 시간이 제법 오래걸렸다.
조리 순서
1. 감자를 씻어 껍질을 벗겨준다. 동시에 오븐을 예열한다.
2. 오븐용 그릇에 담아 양을 가늠하여 3mm 정도 두께로 얇게 썬다.
그릇 하나를 꽉 채울 정도는 아니어서 큰 감자는 반으로 썰어 얇게 썰었다.
그릇 하나에 살짝 넘칠 정도로 준비되었다.
3. 그릇에 생크림과 간 치즈를 넣고 잘 섞어준다.
이 단계에서 간 하는 것을 깜박했는데, 이 때 소금간을 하는 것도 좋겠다.
4. 오븐용 그릇에 버터 한 숟갈을 떨어트려 버터칠을 골고루 해준다.
빵에 스프레드용으로 사용하는 버터를 사용했는데, 구웠을 때 좋지 않았다.
스프레드용 버터는 대부분 발림성을 좋게 하기 위해서 식물성 기름을 일부 섞는데 조리되면 버터와 분리되어 떠다닌다.
특히 바닥으로 갈 수록 기름기가 많아져서 느끼할 수 있다.
가능하면 가공버터가 아니라 진짜 버터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간이 센 것을 좋아한다면 가염버터를 사용해도 좋을 듯 하다.
5. 감자를 생크림, 치즈 혼합물에 담근 후에 오븐용 그릇에 세로로 세워놓는다.
원래는 납작하게 눕혀서 만든다고 하는데, 참고한 레시피 작성자 분은 세로로 세워서 굽는게 더 취향에 맞는것 같다고 해서 따라해보았다.
사진에는 시간이 없어서 감자 하나를 그대로 담갔는데 아무래도 사이사이에 생크림이 잘 스며들지 않는다.
하나하나 떨어트려서 담갔다가 켜켜이 쌓는게 더 좋을 듯 하다.
6. 예열한 오븐에 구워준다.
가장자리는 열을 잘 받아서 금방 익는데 가운데는 잘 안 익기 때문에 충분히 오래 구워줘야 한다.
뚜껑을 덮지 않고 1시간 정도 구웠는데도 일부 덜 익은 부분이 있었다.
원 레시피는 호일 뚜껑을 덮고 30분 구우라고 하는데 아마 오븐의 차이도 있을 것 같다.
가스오븐이라 윗불이 없는 형태의 오븐인데 윗불이 있다면 뚜껑을 만들어줘서 구워야 윗면이 타지 않을 것 같다.
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막에 소금, 후추를 뿌려주었다.
싱거운 맛을 즐긴다면 치즈의 간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래도 적절한 소금간과 후추 간이 더 맛있다.
생크림과 치즈가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기 때문에 맛있었다.
이 요리의 핵심은 포슬포슬하게 잘 익은 감자라고 생각한다.
약간 설컹설컹하게 익은 감자도 나쁘지 않지만 잘 익은 감자와 생크림, 치즈의 조합이 맛있다.
슬라이스 치즈를 사용하면 맛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사용한 치즈는 나쁘지 않았다.
남은 것을 뎁혀 먹을 때에는 모짜렐라 치즈를 얹어서 구워먹었는데 감자와 매우 잘 어울렸고
익으면서 바삭해진 부분이 식감을 더해줘서 좋았다.
본 레시피는 그뤼에르 치즈를 베이스로 사용하고 체다치즈 등을 갈아서 얹어 구워내는데
취향에 따라 다양한 치즈와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굽는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으니 미리미리 준비하는게 식사 시간에 맞춰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먹기 전에 그릇 가운데를 잘 찔러보고 잘 익은 감자 그라탕을 즐기도록 하자.